만약에 악어새가 上 “반장. 애들 조용히 시켜야지.” 또다. 반장은 난데 꼭 수렴청정을 하는 듯한 저 태도. 못 미더운 눈길에 애들을 슬쩍 훑었다. 이미 조용해진 뒤다. 쟨 목소리가 낮고 인정하기 싫지만 호소력 있어서 굳이 나한테 조용히 시키라고 하지 않고 자기 입으로 해도 될 텐데. 불만이 솟는다. 표출할 구실은 없었다. 정돈된 교실을 만드는 건 반장의 ...
27 백현은 결국 기숙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수에게 퇴짜 맞고 술이 반쯤 깼는데, 그러고 나니 속이 허했다. 편의점에 가서 평소 먹던 대로 진짜장과 불닭볶음면을 집었다. 아차차. 다시 놓았다. 인생이 이렇게 매운데 라면까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참깨라면을 집었다. 갑자기 속이 느글거렸다. <고소함과 얼큰함이 함께~> 캐치 프레이즈가 거...
* 그때 했던 말. 무슨? 내가 텅 비어있다던. 크리스마스였다. 루머는 백화점에 딸린 마트에서 싸구려 와인을 사왔다. 남은 야채로 안주를 만든다길래 말렸다. (루머는 입이 짧았고, 그래서 그런지 요리에도 소질이 없는 편이었다. 본인은 열심히 한다고 하는 것 같지만.) 아, 와인잔이 없구나. 잔이 없지 가오가 없어? 아니지. 잔도 없고 가오도 없구나. 벌써 ...
22 경수는 백현의 올곧음이 버거웠다. 자유분방 한 척 굴어도 실은 아니란 걸 경수만 알았는데, 경수만 알아서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었다. “장난해? (인사만 하자는 게 무슨 뜻인지 알잖아.)” “나 원래 장난 잘 쳐. (그러기 싫어.)” 어떻게 알았지. 교양 과목 중에 쟤가 안 듣겠다 싶은 것만 골라서 신청한 건데. 정선호가 말했나. 정선호가 말하는 것...
11 경수는 방금 전 상황을 복기했다. 결혼은 아직 못하는 거라며, 여유있게 말하던 변백현. 그게 뭐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골목에서 스무 살 스물 한 살 하는 애들이 서로 자기 여보 부르며 유사 결혼 즐기다 멀어지는지. 1년도 채 안돼 헤어져 놓곤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구는 거 남들이 보기엔 꼴깝떠는 거잖아. 안 그래, 변백현? 안 그래, 도경...
*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온 종일 안개가 자욱해 보이는 것이 별로 없었다. 내 방은 매일 쓸고 닦아도 꿉꿉한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멀끔한 꼴이었지만 꼴에 불과했다. 살고는 있었지만 생활하지는 못했다. 초인종이 울렸다. 그즈음 엄마는 <경수>와 관련된 것을 내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경수>는 해물을 좋아했다던...
콘크리트 유토피아 형광 노랑색 잠바. 대충 접은 듯 해도 멋스런 소매. 적당히 손질된 머리와 타이밍을 잘 재는 아양. 귀엽지만 귀엽지 않고, 쉽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담당님. 백현의 무전기가 울렸다. 왜. 여기 면접 보러온 사람 있다는데요. *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백현은 잡다하게 바빠졌다. 요즈음은 담배 하나도 여유롭게 피질 못했다. 마트 후방에 쌓아둔 ...
9 * 제 2 창고에서 나와 숙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나와 변백현은 조용했다. 나도 말이 없는 편이고(들은 바로는 <경수>도 수다쟁이는 아니었다.), 변백현 또한 과거엔 달랐을지 몰라도 현재는 시끄럽게 구는 편이 아니어서 김민석만 분주했다. 보이는 것마다 코멘트를 달았다. 노력이 가상했다. 경수씨. 행여나 음수대에서 물 마시고 그러면 안 돼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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