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짧은 말이 좋았다. 속도가 빠른 노래를 즐겨 들었다. 드러머를 꿈꾼 적이 있었다. 단문을 주로 썼다. 직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의뭉스러운 말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무서울 게 없다고 거만 떨었지만 까보면 겁쟁이었다. 솔직한 사람들은 길게 말한다. 반복해서 말한다. 속마음이란 건 아무리 꾸며도 네모반듯한 모양새는 못되고 어딘가 구겨져 있...
크리스탈 무드 D-2 권고사직을 권유받은 날엔 여의도에 있었다. 쥐색과 보라색이 섞인 머플러를 두른 채였다. 겨울은 마음이 쉽게 가라앉는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전화를 받았다. 구세군도 없는데 종소리가 들렸다. 삶이 아작나는 소리였다. 일 년짜리 계약직으로 뽑아놓고 반년도 안돼 내쫓았다. 연말이라 일이 줄어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일이 없으면 사람도 없다. 사람...
만약에 악어새가 下 “아. 숏패딩 사야하나.” 패션 리더 박찬열의 최근 고민은 숏패딩이었다. 사람들이 하도 롱패딩만 사니까 패션 업계에서 전략적으로 마케팅하는 거라고 회유해 봐도 끄덕없었다. 시류는 시류라고 난리였다. 무신사에 살다시피 했다. 나도 패션에 문외한은 아니지만, 지금은 패션보다 중요한 게 많았다. 일단 수능. 걱정을 사서 하는 편이 아닌데도 신...
* 사선으로 섰다. 바람에 접혀버린 페이지처럼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재회한 우리에게 서로 얼싸안을 시간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붙어 있으면서도 몰랐던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일이 반복됐다. 루머의 입술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비난 할 수 있었다. 건강하지 못한 발상이라고, 유아적이라고, 누가 죽는다고 따라 죽는다니 너 그게 얼마나 무서운 소리...
바나나 프라이 키친 上 “왜. 이상해?” 그야말로 핑크였다. 완전 솜사탕이네. 얼마 들었냐? 찬열은 가격을 궁금해 했고 경수는 화가 났다. 이유는 몰랐다. 뾰로통해진 마음을 들킬까봐 먼 곳을 응시했다. 그래도 열은 뻗쳤다. 이게 어딜 봐서 가을이야. 더워 죽겠네. 아니 근데 쟤는 무슨 저런 현란한 머리를. 잠깐. 나 왜 짜증내지. 남자애가 무슨 핑크색, 그...
* 가난한 청년들은 자기소개서를 쓴다. A4용지에 인생을 욱여넣는다. 비상식적인 시스템을 묵묵히 따른다. 다 하길래 나도 시도해봤다. 무작정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내 삶은 너무도 쉽게 요약되었다. 볼품없었다. 네 문장이 다였다. 몸이 돌아왔다. 기억은 돌아오지 못했다. 도서관에 자주 다닌다. 친구가 한 명 있다. 어쩔 수 없이 나로 책을 만...
* 조금 (많이) 길어요. 1991년 겨울. 군산 출신의 군바리 도 군이 마지막 휴가를 맞아 친구들과 설악산 동계 등반을 마치고 청호동에 가기 위해 갯배를 탔을 때, 정원 35인승의 갯배에는 서 양 뿐이었다. 여자가 배를 끌어요? 도 군은 놀랐고 서 양은 지금부터 보든가요, 하고 갯배 줄을 성급히 당겼다. 그 덕에 도 군은 그 전날 술에 취했을 때처럼 휘청...
스무 살 백도가 담겨있는, <삽질하다가 뒤져버려라>에 묶인 세 가지 외전 중 하나입니다. 오래전 쓴 이야기임에도 문의주시는 분이 계셔 이제와 업로드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아끼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람들은 사람들을 구경하려고 모인다. 인류는 이상하리만치 모두 다르게 생겼고 쌍둥이들 역시 서로를 구별한다. 저 얼굴을 한 사람을 나는 딱 한 명 안다. 루머였다. 헤어질 때만 해도 끝이 서있는 짧은 머리였는데, 머리카락이 눈썹을 가렸다. 나 솔직히 눈썹 미남이야. 그렇게 얘기한 적도 있었다. 루머가 열고 루머가 심사를 본 우리 둘 끼리의 ‘메르헨 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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